인공지능(AI)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AI가 개인의 신용 정보와 상환 이력을 분석해 대출 심사의 연체 가능성을 예측하고, 제조업에서는 센서 데이터를 통해 설비 고장을 사전에 감지한다. 유통 분야에서도 AI는 변화무쌍한 시장 상황 속에서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 전략을 도출해낸다.
방대한 분량의 문서를 순식간에 요약하고 비즈니스 기획까지 대신해주는 생성형 AI 모델이 등장하면서,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AI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내가 종사하는 광고 기술(AD Tech) 분야 역시 AI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광고업계는 매 순간 최적의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과거에는 통계 데이터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AI가 다양한 조건을 학습하고 분석해 의사결정을 보조하고 있다.
이처럼 AI는 과거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탁월하다. 과거의 경험적 축적물이 데이터 형태로 주어진다면, AI는 그 안에 숨겨진 규칙성이나 상관관계를 포착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입력 상황에 대한 합리적 예측이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패턴을 잘 잡아내는 것이 곧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일까?

한계점: AI의 ‘창의성’ 논쟁과 인과적 추론 부족
AI의 작동 원리는 본질적으로 통계적 패턴 매칭에 가깝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나 생성형 모델은 방대한 텍스트·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맥락에서 가장 '있을 법한' 다음 단어나 픽셀을 산출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예상치 못한 색다른 조합을 보여줄 수 있지만, 이 조합이 과연 진정한 창의성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간 창의성은 문화적 문맥, 경험적 이해, 직관적 통찰, 심지어는 불연속적 사고(disruptive thinking)까지 포괄하는 복합적인 과정인데, AI는 데이터에 내재한 패턴을 재활용하는 형태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MIT의 조슈아 테넨바움(Joshua Tenenbaum) 교수나 구글 딥마인드(DeepMind) 연구진이 지적해온 바와 같이, AI 모델이 현재 구현하는 ‘지능’은 상황 논리나 인과적 추론을 완전히 습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가령 <네이처>(Nature) 등 유수 저널에 발표된 연구들은 AI가 특정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편향된 데이터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무의미한 상관관계를 의미 있는 정보로 잘못 해석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또한 생성형 AI가 자신의 출력물을 재학습하는 과정(피드백 루프)에서 점차 의미 없는 결과를 산출하는 ‘모델 붕괴(Model Collapse)’ 현상이 보고되기도 한다. 이는 AI가 데이터 다양성·품질 관리 없이 자기참조적 학습을 거듭할 때 발생하는 한계점을 보여준다.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하기 전 다수의 과학자들은 ‘인간 동력 비행’ 자체를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이 시절 만약 현재 수준의 AI가 있었다면, 축적된 과거 기록과 당시 과학계 정설에 따라 “비행은 불가능”이라는 결론을 내렸을것이다. 이는 AI가 경험적 데이터를 넘어선 혁신적 사고, 즉 ‘새로운 패러다임’을 스스로 제안하기 어렵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패턴의 매칭을 통해 창의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일부 약물 개발과정에서 AI는 기존 인류가 탐색하지 않은 분자 구조를 ‘우연히’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거나, 특정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이전에 비주류로 무시되었던 접근법을 재발견하기도 한다. 비록 이는 의식적인 창의적 사고라기보다는 ‘데이터 재조합’의 결과에 가깝지만, 인간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의도치 않은 혁신적 시도’를 촉발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
즉, AI의 ‘창의성’은 인간이 정의하는 고차원적 의미와는 다르지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조합이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 사고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AI와 인간이 협업하는 법
AI와 인간이 협업하기 위해서는 특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즉 AI 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생산성이 올라감은 물론 다양한 창의적인 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래 몇가지 케이스를 정의하여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 파악해보자
아이디어 검증도구: 다양한 출발점을 제시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상할 때, AI는 가상의 팀원처럼 다양한 관점과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에게 특정 시장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청년층, 시니어층, 신흥시장 고객 관점에서 어떻게 보일까?”라고 물어볼 수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다각적 시나리오를 즉각 제안하며, 과거에는 비싼 컨설팅이나 긴 조사 기간이 필요했던 단계를 단축한다.
그러나 이때 AI가 내놓은 결과물은 ‘가설’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AI는 본질적으로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며, 그 데이터가 편향적이거나 불완전할 수 있다. 인간은 이 아이디어를 냉철하게 검토하고, 놓친 맥락이나 윤리적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AI가 던져준 출발점을 토대로 자신의 직관적 통찰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혁신을 구체화한다.
시나리오 탐색도구: 불확실한 시대에 전략 수립
비즈니스 환경이 불확실한 시대, AI는 기업이 미래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측 시나리오를 통해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의 미래를 내다보고, 탐색적 시나리오로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며, 규범적 시나리오로 희망하는 미래상을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공급망 변화를 시뮬레이션하거나, 신기술 도입 시 고객 반응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AI의 통찰은 의사결정권자에게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AI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정답’이 아니다. 인간은 그 안에 숨은 전제 조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놓칠 수 있는 문화적·윤리적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이는 AI-인간 협업이 ‘한 번으로 끝나는’ 단회성 접근이 아니라, AI가 제안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인간이 재해석하고 보완하며, 그 결과를 다시 AI에게 확인하는 반복적·동적인 협업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창의적인 발산도구: 상상력을 확장하는 촉매제
콘텐츠 개발, 제품 디자인, 마케팅 전략 구상 등 창의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AI는 ‘디지털 스케치북’처럼 작동한다.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아이디어를 신속히 생성하고 변형하며, 과감한 조합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기존 사고 프레임을 벗어나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신제품 프로토타입 제작이나 실험적 마케팅 전략 수립 과정에서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 안에 광범위한 옵션을 탐색할 수 있다.
인간은 여기서 비판적 판단 능력을 발휘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선별하고, 문화적 맥락에 적합한 해석을 부여한다. 동시에 그러한 과정을 거듭하며, 인간은 ‘AI와의 협업에 능숙한’ 새로운 역량—즉, AI 산출물을 분석하고 재해석하는 능력, 윤리적·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판단력—을 발전시킨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인식하고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예측 기계’다. 이를 통해 조직과 기업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환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기존 패러다임을 전복하며,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상상력과 판단 능력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파트너십이다.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가능성은 인간의 사고 범위를 넓히고, 인간은 AI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문화적·윤리적 맥락을 부여함으로써 AI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이 상호작용 과정에서 인간과 AI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기존에 없던 형태의 창의성과 전략적 사고가 탄생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사결정권자와 팀원들은 AI 산출물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과 데이터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윤리적 지침과 투명한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AI와 인간이 협력한다면, 조직은 미래 지향적 의사결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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