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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란 무엇인가?

eddiemoon0720 2024. 12. 19. 18:12

10년 넘게 서비스 운영을 경험한 분이 있었다. 그녀는 기존에 맡은 업무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커버하며 열정을 발휘했고, 꼼꼼한 성격 덕에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 강점을 보였다. 이러한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최근 기획 업무로 전환했다고 들었다. 나는 그녀의 열정과 꼼꼼함이 기획 업무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얼마 전 연락이 닿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녀는 기획 업무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최근 신규 앱 서비스를 런칭하고 1년 가까이 운영해왔지만, 유저 수가 도무지 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앱을 직접 몇 번 사용해본 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기능은 많았지만, 각각의 기능이 어떤 사용자 가치를 중심으로 연결되는지, 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짧은 기간에 많은 기능을 추가한 흔적은 역력했지만, 이러한 실행력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전달하는 서비스인지’ 정의하는 데까지 이르진 못한 듯했다.

 

나는 그녀에게 이 앱의 핵심 기능이 무엇이고,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통해 어떤 경험을 얻길 기대하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자신감 있게 다양한 기능을 설명했으나,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내가 “그래서 이 앱은 한마디로 뭘까요?”라고 묻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소셜 서비스 같기도, 사진 서비스 같기도, 일기장 같기도 했지만, 뚜렷한 아이덴티티가 부재했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예로 들면 누군가는 소셜로, 누군가는 사진 서비스로, 또 누군가는 일기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처음부터 ‘사진을 통해 소통하는 소셜 플랫폼’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로 시작했다. 이후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용 방식이 생겨났을 뿐, 출발점은 분명했다. 그런 인스타그램은 현재 25억 명의 MAU를 기록하며,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 가까이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한 것이다.

 

그녀가 침묵하자, 나는 두 가지를 이야기해주었다.

 

 

기획이란 무엇이며 왜 어려울까?

 

사전적 정의로 기획은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필요한 자원과 과정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기획은 단순히 ‘뭔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방향, 그리고 이를 검증하고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포함한다. 서비스를 만들 때, 기획자는 명확한 가설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최소기능제품(MVP)을 빠르게 만들어 시장 반응을 관찰한 뒤 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 즉, 기획에는 전략적 방향 수립, 자원 파악, 효율적 의사결정, 지속적 검증과 개선이라는 다면적 스킬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정은 길고 모호하기 때문에 어렵다. 단순히 실행 능력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실행력은 필요 조건이지만, 그 실행의 결과를 보고 목표와 방향을 재설정하고, 의미 있는 지표(예: Retention, Conversion Rate, DAU/MAU 등)를 통해 개선 여부를 판단하며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기획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전략적 사고-실행-검증-개선’의 순환 과정을 각 과정에 맞게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기획자는 없으며, 사람마다 강점이 다르다. 어떤 이는 실행력이 뛰어나지만 전략적 사고와 검증 과정이 약할 수 있고, 또 어떤 이는 장기적 비전 수립에 강하지만 실행 속도가 느릴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강점을 알고, 부족한 부분을 다른 팀원이나 전문가에게 맡기며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기획자로 전향한 그녀는 실행력과 꼼꼼함에 강점이 있었지만, 결과물을 보고 방향을 재정립하는 부분이 약했던 듯하다. 부족한 점을 더 많은 실행으로 메우려다 보니 최종적으로 “무엇을 만든 것인지” 한 문장으로 정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기획을 잘한다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과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거나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함으로써 기획 과정을 온전하게 완성할 수 있다.

 

 

서비스의 한 문장은 무엇인가?

 

서비스 개발 초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이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물론 개발 과정에서 축적되는 사용자 피드백이나 시장 변화에 따라 피벗이 이뤄질 수 있지만, 처음부터 가장 근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추진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모든 성공 서비스가 한 문장에 귀결되지는 않지만, 명확한 한 문장을 가지고 출발한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Toss)는 ‘송금을 간편하게 만든다’는 명확한 핵심 가치로 시작했다. 복잡한 기능을 추가하기 전에 단순히 홈페이지를 통해 송금을 대신 처리하는 방식으로 MVP를 검증하고, 이를 통해 아이디어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렇게 ‘한 문장 가치’를 빨리 검증하면, 큰 리소스를 들이기 전에 방향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유럽에서 포르쉐 투어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었다. 이분은 처음에는 단순히 카페(웹페이지) 운영으로 시작해 유럽에 숨겨진 명소를 소개했고, 이용자 요청에 따라 차량 연결을 도와주면서 ‘차량을 통한 특별한 관광 경험 제공’이라는 한 문장을 자연스럽게 찾아냈다. 그 후 핵심 가치를 더욱 명확히 하고 이를 포르쉐 투어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모델을 확립한 것이다.

 

결국 서비스를 만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서비스가 무엇을 하는지,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근본적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가장 단순한 방식(MVP)으로 검증한 뒤 확신이 서면, 그때부터 점진적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야만 서비스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고, 다양한 기능 추가나 시장 확장도 논리적인 흐름 속에서 진행될 수 있다.

 


 

기획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실행력이나 꼼꼼함 같은 강점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기획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근본적인 가치를 파악한 뒤, 최소 기능 제품(MVP) 등을 통해 그 가설을 검증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재조정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인식하고 부족한 부분은 팀 협업이나 외부 지원으로 보완하여 끊임없는 의문 제기와 검증을 통해 서비스의 ‘한 문장 가치’를 견고히 세워나가야 한다. 이렇게 접근해 나가면 초기에 구상한 컨셉에서 흔들리지 않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확장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며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