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런칭할 기능의 기획을 공유하고 디자인 작업물을 검토하던 중, 버튼 모양이 어색하고 색상도 너무 튄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라인 배치가 엉성해 사용자가 불편해할 것 같다는 판단도 들었다. 회의 시간에 좀 더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었다. 색상을 톤 다운하고, 버튼 위치를 옮기면서 기존 컴포넌트를 사용하자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커다란 회의실에서 나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내가 너무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온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근본적으로 팀원들을 신뢰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신뢰하고 있다면 나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안정은 팀에 도움이 된다.
심리적 안전감이 팀에 도움이 된다는 건 이제 많은 연구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조직 심리학자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팀 내에서 대인 관계적 위험 감수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유된 믿음"이라고 정의한다. 구글이 진행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는 효과적인 팀의 5가지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심리적 안전감을 꼽았고, 상호 신뢰와 존중이 바탕이 될 때 솔직한 의사소통과 적극적인 협업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에드몬슨(Edmondson) 교수가 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일수록 팀 학습 행동과 성과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 팀에서 나는 심리적 안전감을 해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문제의 해법까지 떠안아 지시하면서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신뢰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팀과 동료를 불안하게 만들고 몸을 사리게 되며, 좋은 아이디어나 예외 케이스를 놓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 역시 지시 일변도로 가면서 팀원들을 못 믿게 되고, 결국 팀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위임해보자
이런 문제를 깨달은 뒤, 나는 팀원들에게 더 과감하게 위임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통제하기보다 ‘문제 상황’ 자체를 공유하고, 해법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게 했다. 디자이너들에게는 사용자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만 제시하고, 비주얼이나 배치 방식은 자유롭게 맡겼다. 개발팀에도 어떤 사용자의 흐름이 전개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면 좋을지를 논의하며 맡겼다. 그러자 기술적 제약, 테스트 시나리오, 일정 조율 등을 알아서 고려해주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생겼다.
열린 미팅과 신뢰
회의 방식도 바꾸었다. 더이상 결론을 예단하고 진행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초기 가설과 다른 시각, 새로운 해법들이 자연스럽게 제시되면서 논의가 풍성해졌다. 상호 존중과 경청이 자리 잡자 심리적 안정감도 높아졌고, 그에 따라 각자가 자발적으로 역할을 찾아 나섰다. 부족한 부분과 개선할 사항을 스스로 짚어내는 문화도 생겨났다. 과거에는 팀원들이 내 마음을 읽어주길 바랐다면, 지금은 그들에게 솔직히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그럴수록 훨씬 더 혁신적인 해결책이 나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협력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모두가 목표를 공유하고, 주인의식을 갖고 움직인다. 성공의 기쁨, 실패의 반성을 함께 나누면서 신뢰는 한층 깊어진다.

중간 리더의 역할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팀에서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길을 완벽히 아는 척하는 대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는지 함께 고민해보자”고 말하고, 팀원들이 가진 전문성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집중한다.
솔직하고 수평적인 소통, 자율과 신뢰가 있는 환경이야말로 구성원의 창의성과 몰입을 극대화하는 원동력이된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 시야에서 '사람'에 집중하고 그들의 잠재력이 최대한 꽃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이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핵심 열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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